부르고뉴 와인 알아가기 (1편)

와인 입문자 또는 와인을 즐겨 마셨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와인샵이나 레스토랑에서 부르고뉴 지역 와인 리스트를 보고 당황한 적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제품의 이름도 레이블도  비슷한데 가격이 천차만별인 와인리스트를 보면 당황할 수밖에 없지요. 도대체 부르고뉴 와인이라고 하면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하는지, 고른 와인이 합리적인 가격인지, 내가 참석하는 자리에 어울리는 와인인지, 이런저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단순하게 부르고뉴 와인이 왜 특별하다고들 하는지 더욱 궁금증이 커집니다.


부르고뉴 와인, 그 궁금했던 세계에 한 발짝 다가가 보겠습니다.


@winefolly.com


부르고뉴는 프랑스 샹파뉴, 루아르, 알자스 지역들과 같이 화이트 와인을 주로 생산하는 곳을 제외하고 레드 와인 생산지 중에서는 가장 북쪽에 위치한 지역입니다. 북쪽이다 보니 겨울의 혹독한 추위와 봄에 자주 내리는 서리,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적 변수가 많은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지요. 



부르고뉴의 포도밭들은 평균 200-300m 정도의 고도에 남향, 동향 그리고 남동향에 대부분 위치하고 있는데 낮 동안 일조량이 충분하기에 서리와 추위를 극복하고 훌륭한 와인들이 탄생됩니다. 그래서 동일한 마을, 동일한 포도밭, 같은 장소에서도 미세한 떼루아-토양, 지형, 기후 등 와인에 영향을 주는 환경 요소-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들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떼루아가 중요하기 때문에 ‘샤또(와이너리)’ 위주로 등급을 분류하는 보르도 지역 와인과는 달리 부르고뉴 지역 와인은 ‘포도밭’을 기준으로 AOC 세부 등급이 나뉩니다.



01) 레지오날 아펠라시옹 / 부르고뉴 생산량의 약 53%

가장 넓은 범위의 지역 AOC로 가장 접근이 쉽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와인 등급

★예. Bourgogne Gamay(부르고뉴 가메), Cote de Nuits Village(꼬뜨 드 뉘 빌라쥐)


02) 꼬뮌(마을)단위 아펠라시옹 / 부르고뉴 생산량의 약 35%

마을 이름에 따른 AOC로 역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지역 이름이 많음

★예. Gevrey Chambertin(쥬브레 샹베르땅), Vosne Romanee(본 로마네)


03) 프르미에 크뤼(1er Cru) 아펠라시옹 / 부르고뉴 생산량의 약 10%

최상위 등급 바로 아래 단계의 AOC로 밭 이름 + 1er Cru(Premier Cru)으로 된 와인 등급

★예. Gevrey Chambertin 1er Cru Lavaux Saint Jacques(쥬브레 샹베르땅 프르미에 크뤼 라보 쌩 자크)


04) 그랑 크뤼(Grand Cru) 아펠라시옹 / 부르고뉴 생산량의 약 2%

가장 최고 등급으로 포도밭의 구획이 가장 작은 범위이기 때문에 생산량이 적다 보니 품질이 우수하고 구하기 힘든 희귀 와인들이 많은 가장 비싼 등급

★예.  Romanee Conti(로마네 꽁띠), Charmes-Chambertin(샤름샹베르땅), Echezeaux(에쎄조)


Cote de Beaune @JansisRobinson.com


이러한 명칭들은 큰 지역 단위에서 마을 단위를 거쳐 떼루아의 특징에 따른 작은 밭 단위까지 좁혀지는데, 마치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큰 인형 안에 더 작은 인형이 계속해서 들어있는 것과 닮았습니다.

레지오날(경기도) > 꼬뮌(성남시) > 프르미에 크뤼(분당구) > 그랑 크뤼(정자동)

부르고뉴의 포도밭은 거대한 체스판처럼 떼루아의 특징별로 구획을 나누어 등급을 나누고 있는데 그렇다 보니 와인의 스타일과 품질이 더  다양해질 수밖에 없고 이름 또한 작은 세부 구획(포도밭 또는 등급)까지 레이블에 표기되니 길어질 수 밖에 없겠지요. 그렇게 구획별로 나누어진 포도밭은 다시 또 여러 소유주들이 나누어 경작하는데, 한 도멘(소유주)이 여러 등급의 AOC를 생산하는 것이 보르도와 가장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르도는 그랑크뤼 1등급으로 와이너리(샤또)를 지정하지만, 부르고뉴는 포도밭을 지정하기 때문에 같은 등급에서도 생산자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 또한 다르기도 합니다.

또한 대부분 단일 품종(피노 누아, 샤르도네)만으로 양조하는 부르고뉴 특성상 다른 품종을 블렌딩해서 품질을 컨트롤하기가 어렵고 기후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으니 포도밭의 위치, 재배자의 경험, 양조자의 양조 기술이 품질에 지배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등급의 포도밭에서 와인 스타일이 전혀 다르기도 하고 가격이 천차만별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100여개의 AOC등급과 1,200개가 넘는 구획별 작은 포도밭의 정보, 2,800여개가 넘는 도멘(Domaine)까지, 많은 와인 애호가들이 어지러움증을 겪으면서도 가장 열정적으로 애정하는 와인이 부르고뉴인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생각이 드는 부분입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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